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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오르는 행복회로 - 인턴 불합격 본문

잡담

불타오르는 행복회로 - 인턴 불합격

Hongii 2018. 6. 23. 00:14

우리학교에는 SES라고, 하계방학 인턴십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총 3차 지원까지 할 수 있는데, (얼마나 빨리 떨어지느냐에 따라) 지원을 반복할 수 있다.


1차 지원은 넷마블에 했다. 재밌어보이는 프로그램에 그 어느 곳보다 좋은 조건. 자기소개서로 학과별 2명 추천/매칭을 뚫어 냈고 (추후 한 명을 더 추천했다고 한다) 면접 일정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8주간 인턴이 끝나고 월급을 받으면 그 돈으로 무얼 할까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던 찰나, 서류평가 탈락 메일이 왔다. 면접 일정이 나올 거라고 기대했던 본인은 적지 않게 당황했다.


빠른 탈락 덕분에 2차 지원이 가능했다. 지원하고 싶은 기업이 없어 주저하고 있을 때, 마침 한 친구가 한국뇌연구원을 추천해 주었다. 다른 대기업보다 조건은 훨씬 좋지 못했지만 (연구소 중에서는 매우 괜찮은 편이다) 뇌연구원이라는 곳 자체에 끌렸다. 무엇보다 연구 분야가 그랬다. 대학교 입시 시절 자기소개서에 뇌연구로 신나게 입을 털었던 것을 추억하며. 넷마블의 실패를 두 번 겪지 않으려 친구에게 자기소개서 첨삭을 받았고, 서류평가를 무난히 통과했다. 면접은 사실 더 무난하다고 생각했다. 뇌연구원에 최적화된 본인의 장점을 잘 어필했다고 생각했다. 면접 분위기도 좋았고 합격은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다.


아니었나 보다. 대구에 내려가서 2달 동안 어떻게 살지 따위의 고민은 부질없어졌다. 인턴 끝나고 새 카메라를 장만하겠다는 나의 꿈도 좌절되었다. 면접관의 말에 따라, 뇌연구원에서 본인의 주전공과 연계된 연구분야에 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줄 알았다. 타대/자대 계절학기, 연구참여, Cu-op 등 다양한 대안을 포기하고 매달렸는데, 모두 소용없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불합격 메일이 온 후 16분 만에 LG 디스플레이 인턴을 추가모집한다는 공지를 보게 되었고, 과사 팀장님의 연락으로 합격을 확정지었다. 본인에게 별로 매력적인 회사는 아니고, 기간도 길지 않으며 급여도 뇌연구원과(다른 점이라면 숙식이 전부 제공된다) 얼추 비슷하다. 순식간에 붕 뜨게 된 방학을 한달이라도 메꾸게 되어 정말 다행이고, 본인이 팬인 LG 트윈스의 홈경기 티켓을 인턴 기간동안 무료로 예매할 수 있다는 점은 좋다.


겉으로는 별로 아닌척했다만, 사실 굉장히 참담하다. 객관적으로 봐서 정말로 별 거 아닌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다. 우여곡절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학창시절까지 본인의 삶은 굉장히 평탄하고 순조로웠다. 면접에서의 큰 실수로 카이스트가 아닌 포스텍에 진학했지만, 아쉬움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 진학 후 본인의 의지대로 되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일들은 다 '그럴 수 있지'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었는데, 이번엔 특별이 아쉬움이 크다.


친한 형이 전에 학교에서 모집하는 것에 지원한 적이 있었다. 나에게 대학 입학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고, 이게 그 일이라고 말했었다. 평소 장난기 많은 형이지만 그 말에는 무게가 실린 것처럼 느꼈다. 잘 되길 바랐지만 아쉽게도 떨어지고 말았다. 그 후 그 형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 형이 생각났다. 오랫동안 별 목표 없이 지내다가 오랜만에 하고 싶은 일이 생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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