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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5] 중간고사 끝, 그리고 포항공대 지진 본문

일상

[20171115] 중간고사 끝, 그리고 포항공대 지진

Hongii 2017. 11. 15. 22:52

오늘 세포생물학 중간고사가 끝남으로, 6주에 걸친 중간고사가 막을 내렸다. 성적은 C를 면치 못할 수준들이다. 하하하 망했다. 중간에 확통은답이 없겠다 싶어, 그리고 너무 수강과목이 많아서 드랍해 버렸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성적이 심각한 과목이 등장하고 말았다.


중간고사도 끝난 겸 6주 중간고사 후기를 적고 싶은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지진관측 역사상 2번째로 큰 지진이 바로 이 곳, 포항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오후 2시 30분경, 내일 예정이었던 퀴즈를 다음주로 미뤄 피곤했지만 매우 싱글벙글하게 수업을 듣고 있었다. 친구한테 휴대폰으로 뭔가를 보여주며 앞을 보는 찰나, 갑자기 프로젝터 화면이 위아래로 요동치는 것이 아닌가. 사고회로가 정지되어 '어 뭐지?'하는 심정으로 프로젝터만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강의실의 모든 불이 꺼졌다. 그 순간 이성의 끈을 조금 부여잡고 '와 이건 잘못하면 뒤질 수도 있겠다' 싶어 다같이 배운 대로 책상 밑으로 숨었다. 진동이 잦아들기를 바랐다. 그 순간이 지나가기를 정말 간절히 바랐다. 공포...스럽지는 않았다. 진도가 생각보다 세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소리가 무슨 소리가 들리냐면, 비행기 이륙할 때와 비슷한 소리가 난다. 이게 건물 안에 있어서 건물의 진동으로 생기는 소리인지, 땅의 진동만으로 나는 소리인지 아는 바는 없지만, 두려움을 유발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소리였다.


진동이 잦아들자 다같이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나가려고 일어서자 재난 문자가 왔다. 13학번,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형이 뒤에서 질서있게 나가라고 소리쳐 주었다. 작년까지 저학번 기숙사 RA (Residential Adviser, 층마다 존재하는 고학번으로, 저학번들에게 기숙사 생활에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다)를 하신 형답다. 그렇게 우리는 LG연구동 밖으로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교수님들, 대학원생 분들도 다 나오셨다. 어머니께 전화로 생존신고를 했다. 주임교수님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하셨다. 조금 있다가 위아래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이 들썩였다. 재난 문자는 오지 않았다. 진동이 잦아든 것 같아 안에서 짐을 꺼내어 가지고 나와, 방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지나가는 길에 보인 폭풍의 언덕 모습이다. 넓은 공터에 대운동장보다 접근성이 높아 많은 학생들이 여기에서 대피하고 있었다. 몇몇은 잔디밭에 아예 앉아버려 흡사 단체로 가을 소풍을 나온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그래서 방에 들어가 노트북에 랜선을 연결하고 즐겁게 뉴스 속보를 보고 있는 찰나... 또 지진이 시작되었다. 무려 5.4 이후의 지진이라 그런지 무서웠다. 작년의 경우 5.1의 지진이 지나가고 5.8의 지진이 찾아왔기 때문에, 그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6에 가까운 지진이 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진원이 얕고 가까워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이고. 그렇게 다시 짧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책상 밑으로 숨었다가, 진동이 잦아들고 의자에 걸친 과잠을 걸쳐입고 휴대폰만을 챙겨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RC에 있던 모든 사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주차장 공터의 모습이다. 맨발로 나와 발이 참 시려웠다.


시험기간 중의 고통에, 친구들끼리 자주 '죽여줘...' 내지는 '아 죽고 싶다' 라는 말을 주고받았는데, 막상 정말로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 닥치자 생존 본능이 발동하여 아직 생존에 대한 욕구는 가지고 있구나를 느꼈다.


C 좀 받으면 어떤가, 사는 게 먼저지. 내일 모든 미팅이 취소되었길래, 오늘 밤 12시 심야버스를 타고 집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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