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1] 슬로우카우
길고 긴 연휴가 끝난지도 오래되었다. 엄청난 과제가 떨어졌고, 물론 채 끝내지 못한 채로 포항으로 되돌아왔다.
두어 달 전에도 글을 쓴 것 같았는데, 비정상적 불안 증세가 있었다. 개강한 이후 별다른 문제 없이 살고 있다가, 폭발해 버린 과제와 함께 멘탈을 놓았다. 이번 학기에는 고학점 목표까지 있었는데, 바뀐 교수님들과 타과 수업이 예상치 못하게 괴롭히면서 압박이 심해졌고, 못다한 과제를 보며 두 달 전의 상태로 회귀하고 말았다.
그 어느 것도 재미도, 흥미도 없다. 평소에 즐겨 하던 게임도 없으며 취미로 하는 것도 없고, 하는 운동도 따로 없다. 막연한 압박감만을 가진 채 스트레스를 풀지는 못하고 쌓고만 살다 보니 어느새 폭발한 모양인데, 그것이 밑도 끝도 없는 불안안 증세로 나타났다. 덕분에 패닉 상태에 빠져 흥분한 상태로 과제를 포함해 그 어느 것에도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불안하고 초조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책만 보면 화가 나고, 누가 잘못 건들면 신경질이 날 것 같다. 지금은 안정을 조금 되찾은 상태라 그 느낌을 살려서 쓰기가 매우 어려운데, 굉장히 흥분한 상태로 패닉에 빠져있다. 신경안정제를 먹으면 괜찮아질 것 같지만 당장 존재하지도 않고, 또 이런 이유로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오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무언가를 하려면 마음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대안이 바로 슬로우카우다.
슬로우카우는 수면을 유도하는 음료수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원리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역할일 것 같아서 검색해보니 대충 맞는 듯하다. 그래서 당장 진정되지 않는 가슴이라도 진정시키기 위해 GS25까지 산책하면서 음료수를 사 오기로 했다.
다른 블로그에 보면 유리잔에 따라서 녹색 색깔도 보여주고 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심적 여유는 존재하지 않고. 맛은 뭐라 형용이 어려운 독특한 맛이 나며, 달거나 그렇지는 않다. 다만 탄산이 좀 들어있다.
플라시보 효과 혹은 산책의 효과일지는 모르겠는데, 효과가 상당하다. 앉아서 두세시간 정도는 과제에 어느 정도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진정되었다. 인터넷에 알려진 대로 잠이 막 쏟아진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어느 정도' 집중할 수준, 그래도 이만큼 효과를 거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 효과를 보니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3일 내내 밤마다 나가서 한 캔씩 사 먹고 들어오게 되었다. 남들은 레드불이나 핫식스를 먹으며 밤을 새서 시험공부와 과제를 하는데, 나는 수면유도음료로 알려진 것이나 마시면서 자정이 되면 침대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려 하니 또 다른 불안함이 생기려고 하는데, 별 수 있나.
아무튼 수면유도 효과는 잘 모르겠지만 비약물로써 어느 정도 진정시키는 데에는 큰 도움을 받았으며 가격 또한 1800원으로 그리 비싸지 않기 때문에,
총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