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0190803] 잠실야구장 LG vs 삼성

Hongii 2019. 8. 14. 17:28

나는 2012년 암흑기 마지막 해를 기점으로 LG트윈스의 8년째 팬이다. 비록 학교가 지방에 있어 야구를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갈 수 있는 경기는 여건이 되는 한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요즘 블로그보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훨씬 자주 올리기 때문에, 그 경기는 스토리를 통해 회상할 수 있다. 아마 단 한 번도 야구 관람 후 블로그에 글을 쓰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 날은 서울에 아주 잠깐 올라온 날이었다. 낮에 친구를 만나 밥을 먹고, 남대문 수입시장에서 카메라 사는 것을 도와주었다. 마침 그 날 삼성과의 2연전을 시작해서, 삼성팬인 동생이랑 저녁에 잠실구장에서 만나 야구를 보기로 하였다. 카메라 사는 걸 도와줄 때 뭔가 있어 보이려면 카메라 하나 메고 가야겠다 싶어서 메고 갔는데, 이게 야구장에서 카메라를 들어보는 기회를 갖게 했다.

 

이왕이면 정확히 뒤에서 찍고 싶었는데, 찍고보니 정가운데가 아니었다. 이 날 경기가 단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순간이어서 경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5회말이 시작하기 전 10대 7로 뒤지고 있었으나, 2점을 내고 득점 기회를 이어나가는 중이라 모든 LG팬들이 노란 수건/팻말을 들고 상당히 신이 난 모습이다.

 

이 날 LG의 에이스 선발 윌슨이 2회에 부상으로 빠르게 강판됐다. 뒤이어 나온 임찬규가 몸이 덜 풀리며 계속 얻어맞고 한 이닝에 7점을 내주게 되었다. 이 날 경기는 당연히 패배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일 믿음직스러운 선발이 통증을 호소하며 실점하고 강판되었고, 바로 다음에 나온 투수마저 3점 홈런을 맞으며 흔들렸으며, 그 뒤에 누가 나올지도 걱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LG 타자들은 삼성 선발 원태인을 꾸준히 공략하며 3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시켰으며, 뒤이어 나온 불펜들도 집중해서 공략해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나온 임찬규는 이내 다시 3실점을 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5회에 2점까지는 그러려니 했으나 마지막 실점인 주루방해는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준 것이라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 나는 지고 있어도 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10대 7이던 점수판을 찍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아모른직다('아직 모른다'의 음절을 바꾼 것)'라고 게시했다. 그리고 정말 마법처럼 5회 말에 5점을 몰아치며 12대 10으로 역전했고, 다음 이닝에 1점을 추가하며 13대 10을 만들었다. 임찬규 뒤에 나온 김대현이 기대 이상의 피칭을 보여주며 무실점으로 막았고, 셋업맨 진해수와 얼마 전 이적한 송은범이 8회를 막았다. 그리고 결국 저 경기에서 볼 줄 몰랐던 고우석이 등장해 9회를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승리했다. 필승조를 다 써버린 삼성은 롱릴리프로 나온 정인욱이 의외의 호투를 펼치며 LG도 더 이상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동생은 극대노.

 

포항에서 대구가 가깝기 때문에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야구를 자주 보는 편이고, 또 동생과 아버지가 삼성팬이기에 삼성 상대 경기를 자주 봐왔다. 아마 가장 자주 본 경기가 삼성전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굉장히 인상깊은 경기들도 전부 삼성전이었다. 2016년 류제국의 첫 완봉승 경기, 2017년 투수 정찬헌의 2타점 적시타 경기(차우찬의 완봉이 보였으나 투수가 교체됐고, 결국 바뀐 투수가 9회말에 대타 박한이에게 동점 홈런을 맞으며 본인은 그냥 짐을 챙겨 나왔다.), 2018년 단 한 순간도 리드를 잡지 못하다가 패가 없던 마무리 심창민 상대 오지환의 끝내기 3점 홈런 등이 있다. 그에 비하면 이 날 경기는 덜 인상깊을지도.

 

그냥 사진이 있어서 글을 써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