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0180204] 러블리즈 콘서트 (겨울나라의 러블리즈 2)

Hongii 2018. 2. 5. 02:21

사실 4일 막콘만 간 게 아니라 3일 중콘도 갔다왔다.


15년 말 입시 끝나고 소파에 누워서 페북을 보다가 마리텔 윤상&케빵 편을 보고 입덕, 한동안 조용히 지내다가 비로소 콘서트를 가 보게 되었다. 이전 콘서트들을 왜 안갔냐면... 돈도 없고... 콘서트에 크게 관심도 없어서... 특히 겨울은 몰라도 여름엔 포항에서 일 하고 있어서 그랬다. 아무튼 그래서 콘서트가 어떤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몰랐다. 러블리즈를 알게 된 것 부터 입덕, 그리고 럽밍아웃 등등 이건 다음 언젠가 쓸 듯 하고.


2월 3일 토요일


엄마한테는 콘서트 간다는 말을 전혀 안하고, 집에서 1시 즈음 튀어나왔다. 블루스퀘어는 한강진역에 있는데, 인천에서 가기가 좀 많이 골때린다. 동암-용산-효창공원앞-한강진 이렇게 가서 2시 30분 좀 넘어서 도착한 것 같다. 나눔은 어디서 하는지도 모르겠고 해서 그냥 현장수령 줄을 서고, 예매내역서와 예매자 신분증(주민번호 가려서 양도해준 분께 받았다)을 보여주고 티켓을 받아왔다.


사실 이건 막콘 날 찍은 사진이다. 중콘 때 제대로 못찍어서. 좌측 문이 입구고, 우측 문이 굿즈 사는 곳이다. 거기서 예약구매한 포토카드북과 포스터를 찾아왔다.


스탠딩 238번, 어느 정도인지 감도 안온다.


표를 받자마자 급하게 내려가서 물품보관함에 가방을 집어넣었다. 예약구매한 포스터는 지관통째로 안들어가서 포스터만 빼서 넣고 지관통은 위에 올려놓았다. 어차피 짐만 될 터라 누가 가져갈 일은 없을 테니. 패딩도 넣어야 하지만 도저히 패딩 없이 밖에서 못기다리겠어서... 안되면 입고 들어가지라는 생각으로 패딩은 맡기지 않고 나왔다.


3시 반에 입구 앞에서 정신없이 들어가고, 실내에서 번호 순서대로 줄을 선다. 151번부터 300번대는 객석 2층에서 줄을 서는데, 그 층 통틀어 운좋게 보관함이 한 자리 남아서, 잽싸게 패딩을 맡겼다. 내 번호에 맞게 줄을 서고, 4시가 되어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지금까지의 뮤직비디오를 2바퀴 정도 돌려서 보여준 것 같다. 2번째 돌 때에는 혼모노 형님들이 뮤비에 맞게 응원법을 하셔서 나 같은 뉴비들이 조금이나마 익힐 수 있었다. 시야는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그저 내 바로 앞에 나보다 키가 조금 작은 사람 두 명이 나란히 서 있었는데, 이게 눈높이를 애매하게 가려 보기 좀 힘들었다. 사이사이로 보면 잘 보였고, 시간이 흐르다 보면 조금씩 흐트러져서 중간쯤부터는 시야가 훤했다. 그 와중에 발꿈치를 살짝씩 들며 내 시야를 가리신 분... 짜증이 좀 났지만 크게 잘못된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지 뭐. 결론은 생각보다 잘 보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5시가 되어 미니앨범 3집 인트로인 Spotlight가 나오며 러블리즈 등장, 곧이어 최근 활동곡인 종소리로 이어졌다. 공연 내용은 중콘과 막콘이 크게 다르지 않으니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고, 개인무대만 달랐다. 개인부대는 3명이 3일간 나눠서 했는데, 그럼 한 자리가 비게 되므로 뽑기(?)를 통해 미주가 한 번 더 하는 것으로 결정되어 있었다. 중콘 때는 지애가 보라색 옷입고 어젯밤 이야기를(쟤이유...), 수정이 Greedy를, 그리고 미주가 흔들어주세요를 했다. 사실 미주 무대가 큰 충격이었는데, 인트로는 분명 섹시컨셉을 들고 나오는 줄 알았으나, 무드가 확 바뀌며 그저 흥이 넘쳐흐르는 무대로... 즐겁기는 너무 즐거웠고, 막콘 때도 봐서 좋았다.


그리고 중콘에서 중요한 것 한 가지 더.


이걸 지수한테 받았다. 시구를 해서 그런지(왜 하필 두산에서...) 던지는 폼과 날아가는 궤도가 범상치 않았는데, 그걸 내가 잡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나는 그저 오른 팔을 나치식 인사하듯이 앞으로 뻗고 있었는데, 그게 오른손 안에 캐치볼하듯 폭 하고 들어오는게 아닌가. 그래서 잡았다. 혹여나 초콜릿 녹을까 공연 내내 윗부분만 살포시 들고 있다가, 집으로 모셔와서 열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폴라로이드 당첨. 싸인도 있고, 두 명이나 있다! 보니 싸인 없는 것도 많고 꽝인 것도 있는데, 이 정도면 대박이다. 대부분의 콘서트를 가도 폴라로이드 못 받는 사람이 태만인데, 계탔다. 이렇게 훌륭한 번호 양도해주신 분께 기프티콘이라도 선물해 드려야지. 뉴비 주제에 폴라로이드라니!


그리고 초콜릿과 사탕들, 구성이 귀엽다(사진에는 하리보가 빠져있다). 발렌타인을 기념해서 넣은 거란다. 어차피 나는 발렌타인데이 때 받을 사람도 없는데, 러블리즈한테 받았으니 가히 성덕이 아닐 수 없다. 문제가 있다면 내가 단 것을 별로 안좋아해서 저기서 킷캣 말고는 먹을 게 없다는 점...


3시간 30분정도 했는데, 공연 도중에는 너무 흥겨워서 모르고 있다가, 마지막에 멘트할 때 다리아픈 감각이 몰려와서 괴로웠다. 사실 그래서 멘트에 집중을 잘 못했다. 요즘 허리통증이 심해 정형외과 치료도 받는 와중에 대기시간부터 세면 5시간을 넘게 서 있었으니 당연히 허리와 다리에 무리가 왔다. 간간히 멘트를 들었는데, 사소한 것에도 혹여나 상처받을까 신경쓰고 미안해하는 것을 느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특히 리더 누나가 공연 사이사이 멘트 중에 '월요일에도 할까요?' 떡밥에 누가 '나 백수라서 괜찮아'라고 외쳤는데, 리더 누나가 거기에 '네? 백수예요?' 라고 말한 것이 본인한텐 그렇게 신경쓰였는지... 팬들 모두한테 백수 취급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다들 어엿한 직장인이신데... 저는 학식이예요... 아무튼 연예인이라 그런지 상당히 신경쓰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거기에 본인 이름이 김백수라며 본인한테 한 얘기니까 절대 신경쓰지 말라고 한 팬이 너무 웃겼다. 센스가 넘쳤다.


그렇게 어제처럼 굿나잇을 마지막으로 부르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블루스퀘어를 나왔다. 어그로가 심각하게 끌리는 분홍색 지관통을 들고 1시간 40분가량 지하철을 타고 왔다.


2월 4일 일요일


엄마한테 콘서트 간다고 말해 놔서 12시에 나섰다. 일찍 가서 에코백도 사고 나눔도 좀 받을 겸. 그런데 세상에, 절대 품절이 나지 않을 줄 알았던 에코백은 품절이었고, 나눔은 어디서 하는지도 모르겠다. 1시 40분쯤 도착했는데, 그렇게 핫팩도 없이 밖을 서성이다가 2시 20분쯤 나눔하는 곳을 발견해서 슬로건과 포토카드 소량을 받아들고 나왔다. 사실 비공식 굿즈에는 별 관심 없고, 앨범 나눔을 받고 싶었는데 아쉽다. 그 와중에 예인이 투명 포카 만드신 분 존경한다. 너무 예쁘게 나왔다.


2시 40분부터는 다시 현장수령 줄을 서서 예매내역서와 양도해주신 분의 신분증을 보여주고 티켓을 수령했다.


전날과 비슷한 번호, 구역이 달라 이번에는 오른편에서 본다. 전날에 생긴 노하우로 표를 받자마자 물품보관함으로 뛰어가 자리를 잡으려는데... 자리가 없다. 그래도 동전이 필요한 사물함 딱 하나가 비어 거기에 가방만 넣고 다시 나왔다. 동전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전날과 같이 밖에서 다시 기다리다가, 3시 반이 되어 입장, 번호가 비슷하므로 객석 2층에서 줄을 맞추었다. 이 때 미리 잡아둔 사물함에 패딩과 목도리를 맡기고 줄을 섰다.


역시나 4시에 공연장 입장, 그리고 틀어주는 뮤비를 감상하였다. 이번에는 더 일찍부터 혼모노들이 응원법을 뮤비에 맞춰 외치기 시작했다. 응원법이라고는 음방 재방송 보면서 간간히 들리는 것 듣는 게 다였는데, 덕분에 어느 정도 익힐 수 있었다.


전날과 같게 5시에 안내멘트 나오고 Spotlight과 함께 러블리즈 등장, 종소리 무대로 이어졌다. 전날 폴라 받음과 동시에 이전 무대가 머릿속에서 싹 사라져서, 이번에는 휴대폰에 멘트나 VCR 도중 간간히 간략하게 기록해 두었다. (그나마도 작별하나 이후로는 콘서트에 취해 기록도 포기했다) 종소리에 이어서 나온 노래는 Hug me. 안무가 너무 귀엽고 밴드사운드가 취향을 저격해 버렸다. 언니라인 소울과 지애가 고음파트 '설레고, 설레고있어'를 부른 건 킬링파트. 중콘 때는 미주가 생목으로 내질렀다. 아무튼 그래서 기억에 너무 잘 남는, 안무까지도 부분부분 기억나는 몇 안되는 무대이다.


그리고 멤버들의 인사가 이어졌다. 기록에는 '케이 말실수'라고 되어있는데, 요즘 기억력이 많이 감퇴해서 무슨 말실수를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인사 뒤에는 놀이공원이 이어졌다. 놀이공원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판람차(관람차)', 러블리너스 인증으로 그 안무가 주로 쓰인다. 가사와 지애 목소리가 인상적인 곡이니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이어진 곡은 이별 chapter 1.


평균적으로 2곡에 한 번씩 멘트를 했다. 멘트가 끝나고 최근 앨범인 미니 3집의 숨바꼭질이 이어졌다. 멘트 중에 침대 두 개를 옮겨놓고, 인형 등등을 소품으로 활용하여 무대를 구성했다. 안무 중 몇 명만 안무하고 나머지는 정지 상태로 가만히 있는게 종종 있었는데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숨바꼭질도 상당히 좋은 노래이니 들어보면 좋다. 그 다음은 무대 세팅 그대로 졸린꿈이 시작됐다. 무언가 몽환적이어서 참 좋아하는 곡, 밴드 반주로도 그 느낌이 살아있었다. 안무 하이라이트는 '졸린 꿈을 꾸는 너'의 '너'에서 Z를 그리는 것이다. 왜 Z일까...


다음 멘트가 끝나고는 어쿠스틱 메들리가 나왔다. 순서는 첫눈, Aya, Wow!, 그리고 Fallin. 첫눈의 인트로와 케이의 음색이 임팩트가 강했다. Aya는 사실 좋아하는 곡은 아닌데, 통통 튀게 귀엽게 편곡했다. Wow!의 어쿠스틱 편곡은 취향을 저격해 버렸다. 워낙 베이스가 인상깊은(물론 신경써서 들어야...) 노래라 어쿠스틱 편곡을 해도 그 느낌이 살아있었다. 미주가 본인 파트에서 마이크를 넘겼는데, 그게 '깜빡깜빡깜빡'. 그리고 그 다음 파트도 걸걸한 목소리로 부르는게... 그리고 마지막은 Fallin. 케이 손 잡고 눈 마주친 그 분이 부러울 뿐이다.


VCR은 역조공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촬영되었다. 멤버 개개인이 미션을 성공하면 40만원씩 적립되어 팬에게 쓸 수 있단다. 리더인 소울은 리더 자격 심사(Wow!에는 wow가 몇 번 나올까?), 지수 코끼리코 하고 15바퀴 돌고 풍선 터뜨리기(그 풍선에는 지애의 엽사가...), 지애 눈 감고 맛으로 아이스크림 맞추기(거꾸로 수박바 트릭은 정말 너무했다), 예인이 시사 문제(나는 히키코모리가 아니라 아웃사이더인줄 알았다, 그리고 암컷과 수컷 중 뿔이 있는 고라니는?). 지애만 거꾸로 수박바 트릭과 너는 참 달고나 빌런으로 실패하고, 나머지가 성공하여 120만원 적립.


이어지는 개인무대. 중콘 때는 지애, 수정, 미주가, 막콘 때는 진, 미주, 케이가 했다. 중콘 이야기는 전에 했으므로 생략하고. 진은 흰 옷을 입고 태연의 I를 불렀는데 천사가 내려온 줄 알았다. 미주는 전날에도 봤지만, 전날보다 훨씬 흥 넘치는 무대였다. 한 번 봤으므로 따라부르기도 쉽고, 본인도 한 번 해봤으니 훨씬 더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그다음은 케이의 edm, 그리고 판타스틱 베이비 무대인데, 이게 또 거대한 충격이었다. 정말로 주크박스 들고 TAK 작곡가한테 믹싱을 배워 종소리 믹싱을 들고 나올 줄은 또 몰랐고, 판타스틱 베이비를 부르는 모습은 방송에서 애교하는 모습에서 볼 수 없었던 나름 멋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이 무대 또한 너무도 즐거운 무대였다.


VCR 2부, 나머지 멤버가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나왔다. 케이 눈 가리고 족발 종류 맞추기(케이는 잘 맞췄는데 제작진의 실수로 반만 적립, '이거 오향족발 맞다니까!'라며 화내는 모습도 귀엽다, 근데 앞다리 뒷다리는 대체 어떻게 구분하는거지...), 진 눈 가리고 과일 맞추기(브로콜리는 버섯이라 하고, 오렌지는 책상에 내리쳐서 냄새로 맞췄다, 그런데 왜 키위가 딸기 동생인지 아는 사람...), 수정은 러블리즈 노래 앞부분 아주 잠깐 듣고 노래 맞추기(역시 본인들 노래라 숨소리만 듣고도 맞추는데, R U Ready와 Wow!는 처음 부분이 리버브만 다르다고... 그걸 그냥 들으면 어떻게 구분해...), 마지막 미주는 모래주머니에 든 만보기로 노래 끝날 때 까지 3000 채우기(결국 멤버들이 합세하고 나중에는 만보기만 빼서 흔들었지만 2850으로 실패). 그리고 단체 미션은 7명이 몸으로 말하고 한 명이 맞추는 몸으로 말해요. 그렇게 총 220만 원을 적립했단다.


다음 곡은 그냥, 하늘에서 내려온 무대장치를 두고 공연을 했다. 가사 자체가 너무 귀여운 곡이니 찾아서 들어보길. 다음곡은 삼각형, 역시 안무가 귀여운 곡이었다. 노래 분위기는 신나는데 가사는 좀 가슴이 아프다. 삼각관계에서 본인이 포기하는 입장을 노래한 곡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밀정원이 이어졌다. 새장 모양의 무대 장치가 내려오고, 멤버들이 앉아서 발라드처럼 불렀다. 이 좋은 노래를 라이브로 듣다니 정말 감동이다. 참고로 오마이걸의 비밀정원과는 당연하게도 다른 노래, 미니 3집 수록곡이다. 그 뒤로 작별하나가 이어졌다. 아기자기한 작은 전구들이 내려와 있던 게 무대 분위기와 참 잘어울렸다. 그리고 Cameo. '잘할 수 도 있는데' 부분 드럼이 인상적이다. 가사가 또한 명품.


멘트가 이어지고, 그 이후로는 기록이 없다. 기록이고 뭐고 콘서트에 너무 취해 버렸나보다. 그것도 그럴 것이, 다음 곡이 마음(*취급주의)였는데, 노래 자체도 흥이 나고 무엇보다 이 때 팬들한테 선물을 준비했다며 초콜릿, 사탕, 그리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넣어 포장한 것을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중콘 때 운이 정말로 좋아 잡았는데, 막콘 때 나에게 날아오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내 옆 사람은 앞 사람 손 맞고 튕긴 것을 두 개나 주웠더라. 정말 이 노래도 수록곡의 하나로 남기 아까운 곡. 그 다음은 1cm인데, 콘서트 통틀어 가장 신나는 노래가 아닌가 싶다. 킬링 파트는 '꼭 하나만 나랑 약속해'를 외치는 것. 러블리즈도 신나고 팬들도 신나서 방방 뛴 무대.


세 번째 VCR은 멤버들의 장단점 롤링페이퍼, 멤버들이 익명으로 서로의 장단점을 롤링페이퍼처럼 쓴 것이다. 그 내용은 다른 후기에도 잘 나와 있고 나는 기억도 잘 안나므로 따로 적지는 않겠다. 기억나는 부분이 있다면 수정이 단점으로 적힌 '식비 안녕하니?'. 마르긴 엄청 말랐는데 식비가 안녕하냐니... 그래도 그 말이 너무 웃겼다. 뒤이은 말로는 식비는 안녕하다만 사비는 안녕 못한다고 한다.


그 다음부터는 각 앨범들의 타이틀곡(Wow!는 어쿠스틱 메들리 때 했으므로 제하고)이 나오기 시작했다. 타이틀곡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곧 콘서트가 끝나가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참 아쉬웠다. Destiny는 붉은 원피스를 입고 공연을 시작해 중간에 불이 잠깐 꺼진 틈에 흰색 원피스로 변신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 비밀은 붉은색 원피스의 상의를 내리면 그게 곧 흰색 원피스의 치마가 되는 듯하다. 러블리즈 곡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곡이다. 곡의 퀄리티가 상당히 높은데, 과학적 고증을 철저히 거쳐 그것을 문과감성으로 너무나도 잘 녹여낸 가사가 압권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 중 하나다. 다음 곡은 그대에게. 다른 건 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 이유가 막콘 때 케이가 후렴구 부분에서 미끄러져 넘어졌기 때문이다. 걷기 조차 어려워보였고, 결국 스태프의 등에 업혀 실려나갔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 러블리즈는 춤추고 노래할 때 가장 아름답고, 본인들도 가장 즐거워한다. 콘서트를 위해서 밤낮없이 연습하고 그것을 보여주려 관객 앞에 섰는데, 발목을 접질려 춤을 보여줄 수 없게 된다면 그들에게 그만큼 가슴 아픈 일이 어디 있을까. 그걸 아는 팬들 또한 너무도 안타까워했다. 이후로 케이 없이 멘트가 이어졌고, 케이는 멘트 끝무렵 스태프의 부축을 받아 무대 한쪽 끝에 놓은 의자에 앉았다. 부축을 받아도 이동하는 것이 참 힘겨워 보였다. 다음 곡은 안녕(Hi~),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다. 신나는 듯 하면서 어딘가 아픈 노래, 짝사랑의 감정을 너무 잘 표현한 귀여운 노래. 그리고 다음 곡은 최대 히트곡이라고 말할 수 있는 Ah-Choo, 8비트(?) 감성이 보이는 무대 영상이 압권이었다. 이 역시 간지러운 짝사랑을 노래한 귀여운 노래다. '소중한 너의 지애란 그 말이, 나는 그 말이 참 좋다'라고 개사하여 팬들이 떼창하는 모습 역시 인상적. 지애가 아예 마이크를 관객 쪽으로 넘겼다. 그리고 마지막 곡은 음악방송 첫 1위를 안겨준 지금, 우리. 신나는 곡이고, 앉기를 반복하는 다이나믹한 안무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막이 내려온다. 중콘 때는 팬들이 앵콜을 외쳤는데, 막콘 때는 Ah-Choo와 그대에게를 떼창했다. 내 옆에 있던 사람이 선창을 시작하니 모두가 따라하더라. 노래가 너무 높아서 복창하는데 정말 힘들었다. 나중에는 쉰소리 내가며 불렀는데, 앞 사람이 불쾌해했을까 걱정이다. Ah-Choo는 새내기 시절 술 먹고 방에 들어와 전곡을 열심히 부르며 가사를 모조리 외워 버려 부르는 내내 신이 났다. 그대에게는 가사를 부분부분 잊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앵콜곡이 시작하기 전, 멤버들의 손편지 영상이 나왔다. 그리고 막이 다시 오른다.


앵콜 첫곡은 Candy Jelly Love. 고등학교 1학년 때 기상곡으로 자주 나와 덕분에 러블리즈를 처음 알게 해준 곡이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 가슴을 미어지게 만들어 굳이 찾아듣지 않는 곡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가사가 그 당시에 내게 너무 와닿았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누구 곡인지도 찾아봤었고. 정말로 순수하고 상큼한 노래다.


그리고 엔딩을 맞으며 멤버들이 멘트를 했다. 중콘 때는 멘트를 40분 정도 한 것 같은데, 막콘 때는 케이가 빨리 병원을 가야 해서 그런지 조금 더 짧아진 느낌이었다. 시간이 흘러 멘트는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공식 엔딩곡 어제처럼 굿나잇을 떼창하며 정말로 콘서트가 끝이 난다. 정말 엔딩곡이기 위해 태어난 곡 같다. 특히 멤버들이 모여서 마지막 인사하고 막이 내려오는 그 때 이어지는 어제처럼 굿나잇의 반주는 정말로 콘서트가 끝나는 것을 아쉽게 만든다. 팬들에게 이렇게 강렬한 엔딩곡이 또 있을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또 블루스퀘어를 나선다.


아쉬운 마음에 나오는 길에 또 찍어봤다. 공연장 내부는 촬영 금지라고 강조하여 정직하게 찍지 않았다. 너무 정직했나보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어디서부터 적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자면서 생각하고 재수정--